와인에 관심있다는 사람 치고 '어떻게 와인 가격이 매겨지는가'에 대해 궁금해 했던 기억이 없는 사람, 아마 별로 없을 겁니다. 어떤 와인은 현지가격으로 소매가 5달러가 채 되지 않는 게 있는가 하면, 수천 달러 짜리 와인도 있으니까요.
전문가들은 일단 '생산 단가'를 중요한 가격 결정 요소로 보고 있습니다. 생산 단가를 이루는 내용은 적지 않습니다. 어떤 포도를 심었는가, 어떤 방법으로 숙성을 시켰는가, 레드와인인가 화이트와인인가 하는 적지 않은 요소들이 모두 와인 가격을 형성하는 데 영향을 끼치는 요소들입니다.
예를 들어, 재배가 쉽고 빨리 자라는 셰닌 블랑 종의 경우, 제경파쇄 후 숙성기간은 6개월도 채 안되며, 오크통에 저장할 필요가 없어 다른 와인보다 낮은 가격에 거래되는 게 당연합니다.
와인을 오크통에 숙성시키는가의 여부도 가격 결정에 큰 변수가 됩니다. 오크통의 경우, 미국산은 개당 3-4백달러, 유럽산은 500-750달러 선에 거래되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오크통은 일단 첫 사용 후 2-3년만 지나면 와인에 '복합적 향기'를 더이상 줄 수 없고, 단지 '와인을 보관하는' 용도로밖에 쓰일 수 없습니다. 때문에, 대형 와인회사들은 오크통을 2-3년 쓰고 나면 그 다음에는 자사의 서브레벨 와인 숙성시에 사용합니다. 대표적 예가 로버트 몬다비의 '우드브리지'입니다.
이런 저런 요건들을 배제했을 경우, 아마 최상품의 셰닌 블랑이라면 병당 (미국에서는) 5-7달러 정도에 구입할 수 있을 것입니다. 미국 내에서 적지 않은 소규모 와이너리들이 레드와인을 생산하지 않고 백포도주만을 생산하는 경우를 볼 수 있습니다. 또 대형와이너리들은 이런 백포도주들을 대량생산함으로서 코스트를 낮춥니다.
포도의 가격 역시 중요한 요건이겠지요. 적어도, 미국에서는, 많은 와이너리들이 와인 생산에 필요한 포도를 전문 재배업자들로부터 구입합니다. 이 때문에 작황이 와인 가격 결정의 변수가 됩니다.
제가 사는 워싱턴주의 경우, 셰닌 블랑이 과도하게 산출된 지난해 경우, 이 품종 포도값이 톤당 150-200 달러에 거래됐습니다. 같은 해 샤도네, 카버네 소비뇽, 멀로 등 품종이 톤당 1천 1백-1천 2백달러 선에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셰닌 블랑의 가격이 얼마나 떨어졌는가를 실감할 수 있을 겁니다.
올해 여름, 서북미산 셰닌 블랑은 톤당 550달러 선에 거래됐습니다. 지난해 과잉 공급에 의해 손해를 본 재배업자들이 열받아서 일부 셰닌 블랑 밭을 갈아엎어버리고 거기다 다른 품종(예를 들어 피노 그리 같은)을 심어 버려 셰닌 블랑이 약간의 품귀를 겪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셰닌 블랑은 다른 포도보다는 싸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요즘 워싱턴주에서 유행을 타고 있는 '시라'의 경우, 톤당 1천 6백달러 가량에 거래되기 때문입니다.
서북미에서 가장 우수한 포도를 재배해 내는 '레드 마운틴'지역의 급경사면에서 재배되는 최고급 품종의 포도는 톤당 2-3천달러에 거래됩니다. 이 주에서 생산되는 평균 포도가격의 두 배를 훨씬 뛰어 넘는 가격입니다. 당연히 이 때문에 포도주 가격에 차이가 날 수 있겠지요.
재배 방법 또한 이같은 차이를 가져 옵니다. 만일 포도의 품질을 높이기 위해, 단위 면적당 비교적 적은 양의 포도를 심었다고 가정할 경우, 포도밭 1에이커에서 생산될 수 있는 포도는 2-2.5톤 가량이라고 합니다. 일반적으로 1에이커 정도의 포도밭에서 생산되는 포도의 양은 3.4톤 정도라고 합니다. 이 경우 포도 가격에 차이가 날 것은 당연합니다.
기후에 따른 작황 역시 포도주 가격에 영향을 끼칩니다. 워싱턴주에서 가장 작황이 안 좋았던 지난 1992년의 경우, 바로 전해 주내 1만 에이커 포도밭에서 4만 5천톤의 포도를 수확했던 데 비해 그 양이 2만 6천톤으로 확 줄어 버렸습니다. 이런 경우 와인메이커들의 코스트는 당연히 상승합니다. 그들은 그러면서도 수익 감소를 감내하던지, 아니면 가격을 올려야 합니다. 문제는 날씨가 나빴던 해의 와인이 좋을 수도 있지만, 그 반대의 경우가 더 많다는 것입니다. 저질의 와인을 더 비싼 값에 내 놓을 수는 없으니까요.
이런 해의 전략으로, 때때로 와이너리들이 아이스 와인을 만들기도 합니다. 물론 이것은 일종의 도박입니다. 날씨가 제대로 추워지면 레이트 하베스트나 아이스와인을 만들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면 포도만 버리는 셈이니까요.
그러나, 와인 가격 결정에 가장 큰 요소는 일종의 도박입니다. '소비자가 얼마나 낼 것인가'를 미리 결정해 이를 와인 가격으로 매기는 겁니다.
서북미의 대표적 와이너리중 하나인 '키오나 와이너리'의 와인 메이커인 스캇 윌리엄스 씨는 최근 한 와인 전문 잡지와의 인터뷰에서 와인 생산에 들어가는 모든 비용을 고려하더라도 병당 25-30달러가 넘어갈 수는 없고, 그보다 높은 가격은 모두 '이름값'이라고 당당히 밝혀 화제를 불러일으켰습니다. 윌리엄스 씨는 높은 가격의 와인은 고급화 전략, 즉 마케팅 기법의 일환일 뿐이라고 와인의 높은 가격을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윌리엄스 씨에 따르면, 어떤 식으로 해도 1톤의 포도에서 180갤런, 즉 680리터 정도의 포도즙이 나오며, 이는 산술적으로 포도주 9백병 정도의 양이라는 겁니다. 즉 아무리 톤당 3천달러짜리 최고급 포도를 썼다 해도, 병당 들어갈 수 있는 순수한 포도즙의 값은 아무리 높아도 병당 4달러를 넘을 수 없다는 겁니다.
물론, 여기에 병값, 콜크값, 오크통 값, 그리고 무엇보다 인간의 고귀한 노동력이라는 가치가 붙고, 장인정신이라는 것이 붙으며 우리는 기꺼이 높은 가격을 지불하고서라도 훌륭한 와인을 마시려는 것이지요.
하지만, 터무니없는 가격의 와인은 마시는 이의 주머니를 털어갈 뿐 아니라 기분도 상하게 하고, 나아가 와인에 대한 그릇된 인식만을 불러올 뿐입니다. 이 때문에 우리가 와인을 '알아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이지요.
위에서 언급한, 와인 가격에 대한 '정체'를 당당히 밝힌 윌리엄스 씨가 만든 '키오나 2000 카버네 소비뇽'은 병당 25달러 선에 팔립니다. 그러나 그의 와인은 뉴욕, 시카고 등지에서 열린 이름높은 콘테스트에서 병당 125달러짜리 로버트 몬다비나 샤토 무통 로쉴드 등을 물리치고 1,2등에 랭크됐습니다.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세계 각지의 와인을 마실 수 있는 기회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와인애호가로서, 우리는 그 이름과 이미지에만 혹하기보단, 진정 값지면서도, 가격은 저렴하고, 또 와인의 '정신'을 보여줄 수 있는, 그런 와인들을 찾아봐야 할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 우리 카페가 존재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가슴이 참 뿌듯합니다.
전문가들은 일단 '생산 단가'를 중요한 가격 결정 요소로 보고 있습니다. 생산 단가를 이루는 내용은 적지 않습니다. 어떤 포도를 심었는가, 어떤 방법으로 숙성을 시켰는가, 레드와인인가 화이트와인인가 하는 적지 않은 요소들이 모두 와인 가격을 형성하는 데 영향을 끼치는 요소들입니다.
예를 들어, 재배가 쉽고 빨리 자라는 셰닌 블랑 종의 경우, 제경파쇄 후 숙성기간은 6개월도 채 안되며, 오크통에 저장할 필요가 없어 다른 와인보다 낮은 가격에 거래되는 게 당연합니다.
와인을 오크통에 숙성시키는가의 여부도 가격 결정에 큰 변수가 됩니다. 오크통의 경우, 미국산은 개당 3-4백달러, 유럽산은 500-750달러 선에 거래되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오크통은 일단 첫 사용 후 2-3년만 지나면 와인에 '복합적 향기'를 더이상 줄 수 없고, 단지 '와인을 보관하는' 용도로밖에 쓰일 수 없습니다. 때문에, 대형 와인회사들은 오크통을 2-3년 쓰고 나면 그 다음에는 자사의 서브레벨 와인 숙성시에 사용합니다. 대표적 예가 로버트 몬다비의 '우드브리지'입니다.
이런 저런 요건들을 배제했을 경우, 아마 최상품의 셰닌 블랑이라면 병당 (미국에서는) 5-7달러 정도에 구입할 수 있을 것입니다. 미국 내에서 적지 않은 소규모 와이너리들이 레드와인을 생산하지 않고 백포도주만을 생산하는 경우를 볼 수 있습니다. 또 대형와이너리들은 이런 백포도주들을 대량생산함으로서 코스트를 낮춥니다.
포도의 가격 역시 중요한 요건이겠지요. 적어도, 미국에서는, 많은 와이너리들이 와인 생산에 필요한 포도를 전문 재배업자들로부터 구입합니다. 이 때문에 작황이 와인 가격 결정의 변수가 됩니다.
제가 사는 워싱턴주의 경우, 셰닌 블랑이 과도하게 산출된 지난해 경우, 이 품종 포도값이 톤당 150-200 달러에 거래됐습니다. 같은 해 샤도네, 카버네 소비뇽, 멀로 등 품종이 톤당 1천 1백-1천 2백달러 선에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셰닌 블랑의 가격이 얼마나 떨어졌는가를 실감할 수 있을 겁니다.
올해 여름, 서북미산 셰닌 블랑은 톤당 550달러 선에 거래됐습니다. 지난해 과잉 공급에 의해 손해를 본 재배업자들이 열받아서 일부 셰닌 블랑 밭을 갈아엎어버리고 거기다 다른 품종(예를 들어 피노 그리 같은)을 심어 버려 셰닌 블랑이 약간의 품귀를 겪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셰닌 블랑은 다른 포도보다는 싸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요즘 워싱턴주에서 유행을 타고 있는 '시라'의 경우, 톤당 1천 6백달러 가량에 거래되기 때문입니다.
서북미에서 가장 우수한 포도를 재배해 내는 '레드 마운틴'지역의 급경사면에서 재배되는 최고급 품종의 포도는 톤당 2-3천달러에 거래됩니다. 이 주에서 생산되는 평균 포도가격의 두 배를 훨씬 뛰어 넘는 가격입니다. 당연히 이 때문에 포도주 가격에 차이가 날 수 있겠지요.
재배 방법 또한 이같은 차이를 가져 옵니다. 만일 포도의 품질을 높이기 위해, 단위 면적당 비교적 적은 양의 포도를 심었다고 가정할 경우, 포도밭 1에이커에서 생산될 수 있는 포도는 2-2.5톤 가량이라고 합니다. 일반적으로 1에이커 정도의 포도밭에서 생산되는 포도의 양은 3.4톤 정도라고 합니다. 이 경우 포도 가격에 차이가 날 것은 당연합니다.
기후에 따른 작황 역시 포도주 가격에 영향을 끼칩니다. 워싱턴주에서 가장 작황이 안 좋았던 지난 1992년의 경우, 바로 전해 주내 1만 에이커 포도밭에서 4만 5천톤의 포도를 수확했던 데 비해 그 양이 2만 6천톤으로 확 줄어 버렸습니다. 이런 경우 와인메이커들의 코스트는 당연히 상승합니다. 그들은 그러면서도 수익 감소를 감내하던지, 아니면 가격을 올려야 합니다. 문제는 날씨가 나빴던 해의 와인이 좋을 수도 있지만, 그 반대의 경우가 더 많다는 것입니다. 저질의 와인을 더 비싼 값에 내 놓을 수는 없으니까요.
이런 해의 전략으로, 때때로 와이너리들이 아이스 와인을 만들기도 합니다. 물론 이것은 일종의 도박입니다. 날씨가 제대로 추워지면 레이트 하베스트나 아이스와인을 만들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면 포도만 버리는 셈이니까요.
그러나, 와인 가격 결정에 가장 큰 요소는 일종의 도박입니다. '소비자가 얼마나 낼 것인가'를 미리 결정해 이를 와인 가격으로 매기는 겁니다.
서북미의 대표적 와이너리중 하나인 '키오나 와이너리'의 와인 메이커인 스캇 윌리엄스 씨는 최근 한 와인 전문 잡지와의 인터뷰에서 와인 생산에 들어가는 모든 비용을 고려하더라도 병당 25-30달러가 넘어갈 수는 없고, 그보다 높은 가격은 모두 '이름값'이라고 당당히 밝혀 화제를 불러일으켰습니다. 윌리엄스 씨는 높은 가격의 와인은 고급화 전략, 즉 마케팅 기법의 일환일 뿐이라고 와인의 높은 가격을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윌리엄스 씨에 따르면, 어떤 식으로 해도 1톤의 포도에서 180갤런, 즉 680리터 정도의 포도즙이 나오며, 이는 산술적으로 포도주 9백병 정도의 양이라는 겁니다. 즉 아무리 톤당 3천달러짜리 최고급 포도를 썼다 해도, 병당 들어갈 수 있는 순수한 포도즙의 값은 아무리 높아도 병당 4달러를 넘을 수 없다는 겁니다.
물론, 여기에 병값, 콜크값, 오크통 값, 그리고 무엇보다 인간의 고귀한 노동력이라는 가치가 붙고, 장인정신이라는 것이 붙으며 우리는 기꺼이 높은 가격을 지불하고서라도 훌륭한 와인을 마시려는 것이지요.
하지만, 터무니없는 가격의 와인은 마시는 이의 주머니를 털어갈 뿐 아니라 기분도 상하게 하고, 나아가 와인에 대한 그릇된 인식만을 불러올 뿐입니다. 이 때문에 우리가 와인을 '알아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이지요.
위에서 언급한, 와인 가격에 대한 '정체'를 당당히 밝힌 윌리엄스 씨가 만든 '키오나 2000 카버네 소비뇽'은 병당 25달러 선에 팔립니다. 그러나 그의 와인은 뉴욕, 시카고 등지에서 열린 이름높은 콘테스트에서 병당 125달러짜리 로버트 몬다비나 샤토 무통 로쉴드 등을 물리치고 1,2등에 랭크됐습니다.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세계 각지의 와인을 마실 수 있는 기회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와인애호가로서, 우리는 그 이름과 이미지에만 혹하기보단, 진정 값지면서도, 가격은 저렴하고, 또 와인의 '정신'을 보여줄 수 있는, 그런 와인들을 찾아봐야 할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 우리 카페가 존재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가슴이 참 뿌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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